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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으로 근로 시간 개편... 55시간 이상 일하면 건강 안 좋아져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근로 시간 개편안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일 과도한 근로에 시달리던 한 40대 경비노동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근로 시간 연장안에 회의적인 시선이 늘었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가 발표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스트레스 비율은 87%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으며, 연간 평균 근로 시간은 1,957시간으로 oecd 노동 시간 1위인 멕시코(2,137시간)에 이어 가장 높다. 장시간 근로 시간이 근로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who에서는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주 55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라고 권고한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과도한 근로 시간, 심혈관질환 위험 높여2021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와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는 공동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 명이 장시간 노동으로 사망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두 기관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194개국을 대상으로 장시간 근로가 근로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만 약 74만 5,000명의 근로자가 주당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로 인해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는데, 장시간 일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체내 농도가 과하게 높아진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cla) 연구진이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르티솔의 체내 농도가 2배 높아지면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9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진은 "과도한 스트레스는 단순히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흡연 △음주 △수면 부족 등 안 좋은 생활 습관을 조장해 건강을 망친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주당 5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주당 35~40시간 일하는 근로자보다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할 위험이 각각 17%, 35%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덧붙였다. 장시간의 근로 시간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는 더 있다. 2021년 3월 캐나다 라발 대학교(laval university)와 라발 대학교 부설 퀘벡병원(center hospital of university of laval, chul), 퀘벡 주립대학교 리무스키 캠퍼스(university of quebec at rimouski, uqar) 공동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전미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jacc)'를 통해 발표한 연구내용에 따르면 근무 시간이 길고, 야근이 잦아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근로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크고, 치료 후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1995~1997년 캐나다 퀘벡 주에 있는 30개의 종합병원에 심혈관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967명을 조사·분석했다. 환자들은 60대 미만으로 모두 심장마비와 같은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있으며, 질환 치료 후 업무에 복귀했다. 연구진은 먼저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병원 재입원율 △생활 습관 △직장 환경 △스트레스와 같은 직장에서 받는 심리적·정신적 부담 △주당 근로 시간에 대해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조사대상자 중 208명에서 심혈관질환이 재발했으며, 심혈관질환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초과근무 등으로 주당 근로 시간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이 재발한 사람 대부분이 과도한 근로 시간에 시달렸으며,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심혈관질환이 재발한 사람들은 과도한 근로 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흡연과 음주, 운동 부족 등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장기간 근로 시간은 근로자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지난 2022년 9월에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과도한 근로 시간은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전상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만성적인 장기간 근로를 국내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꼽았다. 연구진은 2015~2019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심(心)케어 서비스를 이용한 남녀 근로자 9,32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장시간의 근로 시간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규명했다. 특히 남성 근로자의 경우, 오래 일할수록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오랜 시간 일할수록 스트레스를 받아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훨씬 컸다. 연구진은 "만성적인 장기간 노동은 한국 근로자 정신질환의 주된 원인이다"라고 말하며, "과도한 장기간 노동은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크게 악화시킨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