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심평원 평가 고혈압 및 당뇨병관리 양호 내과의원
홈으로_ 커뮤니티_ 칼럼
'밤에 자꾸 화장실 간다면?'… 뇌졸중 부르는 야간 고혈압 잡는 4가지 핵심 전략
고혈압 관리라고 하면 흔히 병원 진료실에서 재는 혈압이나 낮 동안 활동하며 측정하는 수치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진짜 범인은 우리가 깊게 잠든 밤사이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낮 혈압은 정상이지만 밤에만 유독 혈압이 높은 '야간 고혈압'은 환자 본인이 인지하기 매우 어렵지만,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심혈관 사고와는 낮 혈압보다 훨씬 밀접한 연관이 있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위험 요인인 야간 고혈압을 왜 방치해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이를 발견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재만 원장(성모가정의학과의원)의 자문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낮과 밤의 혈압 차이, 건강을 결정짓는 '혈압 리듬'
일반적으로 사람의 혈압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하루의 생체 리듬에 따라 파도치듯 변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기상 전부터 혈압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활동량이 많은 낮 동안 정점을 찍고, 잠자리에 들면 낮보다 혈압이 10~20%가량 떨어지는 것이 신체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딥핑(Dipping, 수면 중 혈압 하강)' 현상이라 부른다.
하지만 밤이 되어도 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낮보다 더 높아지는 상태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야간 고혈압이다. 김재만 원장은 "수면 중 혈압이 주간보다 10% 미만으로 내려가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를 야간 고혈압으로 정의한다"라고 설명했다. 밤새 혈관이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높은 압력을 받는다면 혈관 벽의 손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낮 혈압보다 더 위험한 야간 고혈압의 합병증
야간 고혈압이 일반 고혈압보다 위험한 이유는 수면 중에 발생하는 고혈압이 전신 건강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낮에는 활동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혈압 상승이 용인되지만, 신체가 회복해야 할 밤 시간대의 고혈압은 심장과 뇌, 신장(콩팥)에 치명적인 과부하를 준다.
실제로 야간 혈압이 높은 환자들은 낮에만 혈압이 높은 환자들에 비해 심부전증(심장 기능이 저하되어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상태)이나 만성 신질환,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날 확률이 훨씬 높다. 김재만 원장은 "주간에 혈압이 높은 경우보다 야간에 높은 경우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다"라고 경고했다. 이는 잠든 사이 우리 몸의 주요 장기들이 높은 압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서서히 망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병원에서도 놓치기 쉬운 '가면' 뒤의 고혈압
야간 고혈압의 가장 큰 문제는 진단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병원 진료실에서 재는 혈압은 기본적으로 '낮 혈압'이다. 가정에서 아침저녁으로 재는 혈압 역시 깨어 있는 상태에서의 수치일 뿐이다. 이로 인해 평소 혈압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는 '가면 고혈압' 환자 중 상당수가 야간 고혈압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재만 원장은 "혈압은 측정 환경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진료실 혈압이나 오전 중 가정 혈압만으로는 백의 고혈압(의사 앞에서만 긴장해 혈압이 오르는 증상)이나 야간 고혈압을 놓치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환자가 자신의 야간 혈압 상태를 정확히 모른 채 안심하고 지내다가 갑작스러운 심뇌혈관 질환을 맞닥뜨리는 것이 야간 고혈압의 비극적인 단면이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 야간 빈뇨와 아침 두통
야간 고혈압은 환자가 스스로 증상을 느끼기 매우 어렵지만, 신체가 보내는 몇 가지 미세한 신호들에 주의를 기울이면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야간 빈뇨(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깨는 증상)'다. 신장 혈압이 높아지면 우리 몸은 나트륨과 수분을 배출해 혈압을 낮추려 시도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변량이 늘어나 밤중에 화장실을 찾게 된다.
또한 자는 동안 심한 두통을 느끼거나 가슴 두근거림, 불편감 때문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야간 고혈압의 신호일 수 있다. 김재만 원장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무겁거나 두통이 있는 경우, 혹은 비뇨기계 이상이 없는데도 밤에 자꾸 깨서 소변을 본다면 야간 고혈압을 의심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확한 진단의 열쇠,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ABPM)
야간 고혈압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ABPM)이다. 이는 휴대용 혈압계를 팔에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하며, 15~30분 간격으로 하루 동안의 혈압 변화를 기록하는 검사다. 이를 통해 주간과 야간의 혈압 패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김재만 원장은 "ABPM은 혈압약을 복용하기 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해 약물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수적이며, 수면 중 혈압 패턴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백의 고혈압과 가면 고혈압의 진단에도 매우 유용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혈압 변동이 크거나 약을 먹어도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지침이 된다.
야간 고혈압을 유발하는 의외의 원인, 나트륨과 비만
생활 습관 중에서도 야간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바로 '짠 식습관'이다. 우리 몸은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 수분을 붙잡아 두려 하고, 이로 인해 혈액량이 늘어나 혈압이 상승한다. 특히 야간 고혈압 환자들은 나트륨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저염식 식단이 필수적이다. 비만과 그로 인한 수면 무호흡증 역시 야간 고혈압의 주범이다. 잠을 자는 동안 호흡이 멈추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고, 뇌는 비상사태로 인식해 혈압을 높인다. 김재만 원장은 "야간 고혈압은 스트레스, 술, 담배 외에도 특히 짜게 먹는 습관이 주요 원인이 되므로 철저한 저염식 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약 먹는 시간 조절만으로도 개선되는 혈압 조절
고혈압 약을 이미 복용 중인 환자라면, 단순히 약을 챙겨 먹는 것뿐만 아니라 '언제' 먹는지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야간 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환자의 경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혈압약 복용 시간을 저녁으로 조정하거나 작용 시간이 긴 약제로 변경함으로써 야간 혈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김재만 원장은 "야간 혈압이 10% 이상 낮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20% 이상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경우, 혹은 상승하는 경우 등 환자의 패턴에 맞춰 약제의 반감기(약 성분이 체내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를 고려한 시간 조절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환자 개인의 혈압 리듬에 맞춘 '시간 치료법(Chronotherapy)'의 일환이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야간 혈압 관리의 핵심 전략
결론적으로 야간 고혈압 관리는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이라는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한 필수 과제다. 낮 혈압이 정상이라는 방심을 버리고, 정기적인 가정 혈압 측정과 더불어 필요한 경우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을 통해 자신의 야간 혈압 패턴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김재만 원장은 야간 고혈압 환자를 위한 핵심 관리법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소금 섭취를 줄이는 저염 식단 소금(나트륨)은 혈액량을 늘려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높이는 주범이다. 특히 야간 고혈압 환자는 밤에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몸이 나트륨을 배출하려고 억지로 혈압을 높이게 되는데, 음식을 싱겁게 먹는 습관만으로도 이러한 신장의 부담을 줄이고 밤 혈압을 낮출 수 있다.
둘째, 체중 관리와 수면 무호흡증 예방 비만은 잠자는 동안 숨이 반복적으로 끊기는 '수면 무호흡증'의 주요 원인이다. 자다가 숨이 막히면 혈액 내 산소가 부족해지는데, 이때 뇌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혈압을 급격히 끌어올린다. 따라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 기도를 확보하는 것은 밤사이 혈압이 폭등하는 것을 막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셋째, 스트레스 완화 및 금주·금연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술, 담배는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몸을 계속 긴장 상태로 만든다. 원래 밤에는 자율신경이 안정되어 혈압이 자연스럽게 내려가야 하지만, 저녁 시간대의 음주와 흡연은 이 리듬을 방해하여 밤 혈압을 높게 유지시킨다. 야간 혈압 관리를 위해 저녁 이후에는 가급적 몸을 자극하는 요인을 피해야 한다.
넷째, 규칙적인 생활과 숙면 환경 조성 질 높은 수면은 망가진 혈압 리듬을 회복시키는 천연 보약이다. 우리 몸은 깊은 잠을 잘 때 비로소 혈압을 낮추고 혈관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지키고 침실을 최대한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충분히 깊은 잠을 자야만 밤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야간 고혈압은 주간 고혈압보다 예후가 더 나쁘다는 점을 명심하고,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밤 혈압을 살피는 작은 습관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